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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라디오, 오늘의사연

결혼 전 전혀 몰랐던 가부장적 남자, 어린시집살이 / 사연라디오, 오늘의 사연

by 건강정보 나눔TV 2020.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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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 전혀 몰랐던 가부장적 남자, 어린시집살이 / 사연라디오, 오늘의 사연

youtu.be/BIPnEPJvHGI

저는 23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결혼한
결혼 8년 차 여자입니다.
어린 나이에 결혼해서 시어머니, 시누에게 받은
시집살이 아닌 시집살이

그리고 가운데서 중재하지 않는 신랑 덕에 아이가 잠들면
혼자 크게 음악을 듣는 게 제 스트레스를 푸는 유일한 낙이었죠
다 이렇게 사는 줄만 알았습니다.

남편은 여자는 시댁에 잘해야 하고,
연장자를 무슨 일이건 이해해 줘야 하며,
된다면 맞벌이도 하며 육아도 해야 하는
가부장적인 남자입니다.

결혼 전엔 아예 몰랐고 신혼 때도 크게 못 느끼다가
점점 드러나기 시작했어요.

시아버지와 시어머니는 이혼했고
형제 중 둘째였던 시아버지는 시 큰집으로 갔기에
제가 거기에 가서 일하는 건 당연시되었어요

남편도 매년 갔다며 가서 일해야 한다더니
결혼 이후 첫 명절에 갔더니 시 큰집에서는 군대 간
이후로는 처음 본다고 반가워하네요.

참고로 당시 남편은 28세..
기가 찼지만 시 큰집 어른들이 좋으신 분들이었기에
딱히 불만은 없었어요

시어머니는 남편과 결혼할 때쯤
다른 분과 동거하셨기 때문에
시 큰집에 들렀다가 명절 오후면 시어머니께 들렀어요.
거기서 걸어서 10분 거리가 친정이었지만
"출가 외인이 어디 친정에 갈 생각을 하냐"
하며 시어머니는 눈치를 주었어요

남편은 구경만 하고 있었고요.
그래서 저는 명절에 단 한 번도 친정에 가본 적이 없네요

어차피 가까우니 아이들 데리고 혼자 들렀지만
남편은 가지 않았기 때문에 제가 매우 기분 나빠했고
남편은 돈으로 때우겠다며
대신 장모님께 100만 원만 드리라길래
그걸로 합의 봤어요.
나중에 시어머니는 아시고 난리 났지만
남편이 그럼 처가에 간다고 하니
그건 또 안된다며 난리 피우고..

또 시어머니 동거남이 시아버지 행세하며 술 권하고
자기 기분 나쁘면 훈계하고..

덩달아 신랑보다 한 살 많은 시누까지 합세하여 저를 괴롭히는데
남편은 "손윗 시누이니 어른을 대하는 마음으로
깍듯이 모셔"라고 말하네요

아들은 남들보다 덩치가 커서 4.2kg에 태어났습니다.
자연분만이라 회음부 꿰매고 거의 앉지 못했는데
시어머니, 시누는 병문안 와서는 바닥에 앉으랍니다.
"어른이니 우리가 침대 앉고, 넌 바닥에 앉아"라고

당시에 앉지 못해서 옆으로 팔 괴고 누워서
남편이 밥 떠주면 먹는 상태였어요
당연히, 회음부 방석도 없었고, 남편은 잠시 나간 상태였어요

너무 아파서 인상을 찌푸리니 표정이 그렇다며
둘이 돌아가며 연설을 하고 가버렸어요

이날 어찌나 울었던지.. 결국 덧나서 한참을 고생했어요
남편은 제 앞에선 시어머니 편이고 시어머니 앞에선
제 편을 들어서 저랑도 싸우고 시어머니랑도 싸웠는데

그걸 다시 저한테 와서 너 때문에 시어머니랑
싸웠다는 뉘앙스로 이야기해요.
제 편은 없어요

친정엄마가 속상할까 봐 말도 못 꺼내고 혼자 벙어리
냉가슴 앓듯 그렇게 살아왔죠
그러다 시누가 작년 초 결혼을 했어요

그래서 시어머니는 신이 났네요.
저는 작년 추석도 어김없이 시 큰집에 갔다가 아침에 제사드리고
바로 시어머니 댁에 넘어와 있는데

"얘는 언제 오냐"
며 시어머니는 시누에게 전화를 자꾸만 걸었어요.
연락 두절이던 시누가 저녁이 돼서야
전화가 왔는데 시누의 남편 집안이 장손에
제사가 많은 집안이라며 일도 많은 데다가
며느리라곤 딱 자기뿐이라 명절 당일이 지나가도
친척 어른들이 많이 계속 오셔서 갈 수 없다고 연락이 왔네요

시어머니는
"어디 그래도 친정을 안 보내냐 너는 귀한 집 자식 아니라니"
어쩌고저쩌고 말하는데
제가 앞에 있는데 표정 하나 안 변하고 말하네요.

저는 그냥 빤히 바라보았죠.
어찌나 꼬시던지 비집고 나오는 웃음을 참기가 힘들어서
방으로 들어가 숨죽여 웃으려는데 정말 허탈하고 속상했어요.

결국 추석이 다 지나도록 시누는 오지 못했어요.
그리고, 올해 설에 시누가 남편을 데리고 시어머니 댁에 오려고 했어요.

그때 저는
"여자는 결혼하면 출가외인인데 어딜 올 생각을 해요
어머니가 말씀하신 거고 형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딸이 결혼하고 본인이 겪어보니 마음이 달라지나 봐요?"
라고 생각만 하고 있던 말이 터져버렸어요

시어머니 얼굴 빨개지고 제 남편은 서둘러 집에 가자고 하고
저는 멍하니 남편을 따라 집에 가는데
그렇게 통쾌할 수가 없었네요
십 년 묵은 체증이 가라앉는 그런 기분?

그때부터 시어머니는 남편에게 너무 자주 오지 않아도 된다며
넌지시 자꾸 이야기했고
남편도 은근슬쩍 내 생각해 주는 척
가지 말자고 합니다..

참고로, 저는 아이가 태어나고 돌 지난 뒤로는
일주일 중 거의 4일은 매일 시댁에 갔어요

저는 지지 않고 왜 그러냐며

"아이가 할머니를 보고 싶어 하니 더 가자"
고 했어요

이미 한번 폭발한 저는, 감정을 주체하기 싫었어요

시누도 시어머니 댁과 꽤 가까운 거리에 살고 있었는데
저 때문에 오지도 못했어요

시어머니는 저에게 뭐라 말도 못 합니다.
그 사이 시누가 한번 오겠다며 전화가 왔는데
그 전화를 제가 받아서는
"여자가 시집가서 어디 친정 올 생각해요?
형님 그 나이 되도록 음식도 잘못하고 소질도 없는데
시댁 가셔서 많이 배우시고 제사도 많으면 많이 도와드리고 해야 할거 같아요"
라고 했더니 씩씩 거리다가 전화를 끊었어요

시어머니와 시누가 애가 타는 게 안 봐도 보였어요
남편도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모습이 얼마나 꼬시던지!

어느 날은 시어머니가 너 일부로 못 오게 그러냐고 화내듯 이야기하길래
저는 무슨 말이냐며
"아이가 할머니를 보고 싶어 해서 오는 것이고
여자는 출가외인인데 어디 친정에 자주 오려고 하냐고
그건 그 집안의 신념 같은 거 아니냐"
고 했더니
"에이!!"
하면서 나가 버리던 군요
저는 통쾌하기보다는 화가 풀리지 않았고,
나는 어떤 사람이었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게 시누는 결혼하고 거의 못 오고 있었어요
그 모습을 지켜본 저는 이제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결국 선포했어요.
앞으로 명절에 남편만 올 거고
아이도 올 일 없고 저도 안 오겠다고 말한 거예요.
시어머니의 얼굴은 빨개졌고 남편도 벙쪄서 저만 바라보고 있었어요

남편은 그래도 그건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길래
저는 어머니에게 그럼 같이 사시겠냐고 물었죠
시어머니의 표정은 약간 흔들리는 게 보였어요

여기서 저는 쐐기를 박았습니다.
시어머니의 동거남까지 잘 모시고 살 테니 같이 살자고
출가외인 시어른 모시며 사는 거 아니겠냐고 했더니
아니라며 같이 사는 건 불편하고 자기는 자기 식구 아니면
불편해서 못 산다고 거절하더군요

자기 식구..

그럼 저는 안 오겠다고 했더니만 집안 교육이 어쩌고 얘기하는데
저는 등 돌리고 집에 왔죠

이후 저는 둘째를 낳았는데 보러 오시지도 않았어요
또 시누가 애 낳았다길래 저도 시누보다 나이가 더 많은
제 친언니와 함께 병문안 가서는 똑같이 바닥에 앉혔어요
시누는 회음부 방석이 있어서 거기에 앉긴 했는데
그래도 힘든지 비스듬히 앉았길래
"형님 반듯이 앉으세요"

윗사람 계신대 예의 아니라고 말하고는
반듯이 세워 앉혔어요.
나중에 시어머니가 남편한테
전화가 왔는데 남편이 저도

그때 그래서 얼마나 고생한 줄 아냐며 뭐라 했어요
그리고는 저한테도 뭐라 하지만
너무 기분 좋은 걸 숨기기는 힘들었답니다

결혼 내내 이날만 기다렸는데 이렇게 좋을 줄 몰랐네요
저는 이후 시어머니 댁 아예 안 가고 남편도 처음엔
불만스러워하더니 그간 싸우기도 엄청 싸우고

둘째를 낳고 나니 느끼는 게 있었는지 이후로는 자꾸만 미안하다고 하네요

오늘의 사연은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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